[WAY TO] GENTLEMAN'S APRON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내린다.
앞치마를 두르고 프라이팬을 잡는다.
앞치마를 두르고 나무를 깎는다.

이제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서 계신 어머니의 뒷모습만큼
TV 속에서 셰프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는 모습이,
바리스타가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는 내려주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그 요리는 왠지 맛을 보고 싶고 커피에서는 진한 향이 날 것 같다.

 

앞치마 두르고
앞치마는 기본적으로 오염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한다는 실용적인 목적을 위한 도구이지만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 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고대 이집트에서는 왕과 귀족들이 제사를 지낼 때 무릎을 꿇어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앞치마를 착용하였는데 이로인해 앞치마는 귀족들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중세에 들어서면서 앞치마는 군인들이 무장의 용도로 사용하였고 16세기 유럽의 상류사회 여성들은 권위와 품격을 나타내기 위하여 아름답게 장식된 앞치마를 입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가전제품의 발달과 경제 성장으로 여유로워진 미국의 중산층 주부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여가시간에 다양한 패턴과 장식의 앞치마를 직접 디자인하여 만들기 시작하면서 점점 일반 대중들도 실용적인 목적을 위하여 입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앞치마는 단순히 신체나 옷을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의복이기에 앞서 권위와 부를 상징하는 수단이었고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도 하였으며 행주대첩으로 잘 알려져 있는 행주치마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애국심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앞치마, 태도에 관한 이야기

오늘날에 이르러 러머니가 입은 앞치마가 가정의 따듯함과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었다면 이제 셰프가 입은 앞치마, 바리스타가 입은 앞치마, 미용사가 입은 앞치마는 그들의 프로페셔널함, 나아가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상징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프로페셔널함이란 전문 지식이나 기술적 숙련도를 이야기한다기 보다 그들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를 말한다. 어떠한 일에 대한 전문성은 기술의 숙달 여부 이전에 태도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은 솔직해야 하며 그것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태도를 갖는 것. ‘앞치마를 두른다’는 행위는 마법이 아니다. 앞치마를 두른다고 하여 자연스레 전문가처럼 손이 빨라진다거나 갑자기 머릿 속에 영감이 떠오른다거나 하진 않는다. 앞치마를 두름으로서 우리가 얻는 것은 기술이나 허세가 아닌 전문가로서의 책임인 것이다.

 

젠틀한 사람의 앞치마
TRVR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부터 출발하였다. 비록 정비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직접 기름칠을 하고 부품도 교체해보는 과정에서 앞치마를 만들게 되었고 여러
가지 소재에 대한 고민과 형태에 대한 고민 끝에 현재의 앞치마를 디자인하게 되었다. 하드한 작업 환경을 고려하여 내구성이 우수하고 오염에 강한 왁스캔버스 원단을 사용하였고 다양한 작업 도구들을 위해 4가지 사이즈의 포켓을 배치하였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필요에 의해, 자신이 좋아하기 때문에 하게되는 일에는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마련이다. 기술이 미숙할 지언정 나름 진지하다. 우리의 앞치마는 (비록 현재의 이름은 젠틀 ‘맨’ 이지만) 남자를 위한 앞치마도 전문가를 위한 앞치마도 아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진지한 태도와 자세로 임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한 모습을 우리는 ‘젠틀하다’ 라고 표현한다.

 

젠틀하다는 것은 외형적인 그 어떤 것으로서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 혹은 ‘내가 맡은 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태도를 갖는 것, ‘프로페셔널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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